세월을 거스를 수는 없는 것일까. 페넌트레이스 2위라는 성적에도 불구하고 호랑이의 노쇠화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한국나이로 서른을 맞은 선동열은 4월 11일 OB와의 잠실 경기에 출격하여 9이닝 최다 탈삼진 타이(16개), 프로통산 5번째 선발 타자 전원 탈삼진 등 갖가지 기록을 작성하며 무시무시한 위력을 선보였으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유독 빙그레에 약한 모습을 보이던 그는 페넌트레이스를 32와 3분의 2이닝 밖에 소화하지 못하며 시즌을 2승 8세이브로 마감해 85년 데뷔 이래 최악의 성적을 냈다. 마운드에서 무너지는 동안 타석에서는 김성한 한대화의 방망이가 헛돌았다. 김성한은 전반기가 끝난 뒤 있던 올스타전에서 미스터 올스타에 뽑히며 후반기 대활약을 예고했으나 시즌 내내 잦은 부상으로 시즌을 2할 6푼 1리로 마감하기에 이른다. 한대화의 부진도 골이 깊었다. 잦은 허리부상으로 고생해온 한대화는 페넌트레이스를 2할 6푼 8리로 마감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게 된다.